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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심리학 공부

상담실에 가면 왜 어린 시절을 물어보나요?

by 기린씨 2023. 10. 6.


심리 상담을 가면 어린시절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지금 괴로운데 왜 어린시절을 물어보나요?‘
낸시 맥 윌리엄스의 책을 읽다가 적절한 글을 찾아 정리해봤다.

보통 상담실을 찾는 시점은 스트레스 사건(무기력, 양육문제, 이혼 등)이 발생했을 때인데,
이 스트레스 사건이 개인의 발달적 문제(미완성되거나 부적절한 발달 과업을 이룬 지점)를 자극하게 되어 상담실을 찾게 된다.

아주 똑같은 ’객관적인 사건‘이 발생 했다고 해도, 사건 당시 개인의 기질과 발달 단계에 따라 다른 결과가 초래된다.
예를 들면 2살과 32살이 각각 받아들이는 부모의 죽음은 전혀 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따라서 발달 단계에 따라 각 사건은 다르게 경험되며 결과의 해석도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인간은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초기 발달문제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예를 들면 고착 지점으로 퇴행하는 것)
아동의 경우는 양육자를 통해 양육 히스토리를 듣고, 성인의 경우는 초기기억, 아동기, 청소년기 등을 탐색하게 된다.

유의할 점은 앞서 기질에 대해 언급한 것과 같이, 유/아동기 외상 경험이 있는 모든 성인이 고통 받는 것은 아니다.
유, 아동의 외상에 대처하는 회복 능력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즉, 과거에 문제 사건이 있어도 현재 잘 살아갈 수 있고, 과거에 문제 사건이 없어도 현재 고통받을 수 있다.

다만, 효과적인 상담을 위해 여러가지 가설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며, 그 방법 중의 하나로 과거를 탐색한다.  
상담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론에 따라서 과거를 전혀 탐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내가 주 이론으로 삼는 정신분석 이론에 따르면 외상사건을 더 어린시절에 경험할 수록 더욱 강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때문에 탐색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생후 18개월 이하의 유아가 경험하는 외상은 소멸 불안을, 18~36개월 유아는 분리 불안을, 36개월 이후 유아는 초자아 불안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소멸 불안은 흔히 생각하는 심각한 정신병으로, 누군가 내 귓가에 ‘죽어버려.’고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현실적 경계가 무너진 불안이다.
분리 불안은 많은 사람들이 어느정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인데,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것에 대한 강력한 불안이다. 이 불안이 과도한 경우 가정폭력에 노출되어도 탈출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초자아 불안은 수용되기 어려운 욕구(성적, 의존적, 공격적) 때문에 처벌받을지 모르는 공포와 관련된다.
심리 상담 장면에서 단순하게 하나의 불안만 나타나지는 않지만, 세가지 불안 중 두드러지는 양상이 있다.
내담자의 발달단계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다면, 두드러지는 양상을 통해 내담자의 고통을 더 깊이 진심으로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빠르게 찾을수 있다.

당신이 언급하기 불편하다고 느끼는 지점에는, 현재 괴로움과 관련된 중요한 감정과 사건들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상담사는 점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내담자가 제공한 정보로 내담자를 이해하고, 도우려 한다.
고통을 해소하고 싶으면 고통에 관련된 것들을 내놓고,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서 상담을 받는 것은 참 힘들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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