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세상에는 모두 나쁜 존재도, 모두 좋은 존재도 없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누군가의 방해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도 대부분 자기만의 주관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하지만 '모두 나쁘다'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 자기 멋대로 만들어낸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기분 나쁜 일,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은 나쁜 것'이라는 사고가 존재한다. 하지만 기분 나쁜 일이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은 거친 날씨처럼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니 좋다, 나쁘다는 감정으로 반응할 대상이 아니다.
기분 나쁜 일을 우발적 사건으로 받아들여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비난해야 할 나쁜 일, 나를 방해하는 나쁜 사람이라는 발상은 하지 않게 된다. 설령 상대방 때문에 기분 나쁜 일이 발생했어도 '기분 나쁜 일'과 '상대방'을 동일시하면 안 된다. 아이가 컵을 넘어뜨려 깨끗하게 세탁한 양복을 더렵혔을 때, "저 아이는 산만한 '나쁜 아이'니까 양복을 더럽히는 '나쁜 일'이 생긴거야"라고 받아들이면 '나쁜 짓을 한 나쁜 아이에게 벌을 줘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아이도 '나는 실수를 한 나쁜 아이니까 야단을 맞을 거야'라고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아이는 그저 덜렁거리다가 컵을 넘어뜨린 것뿐이다. 아이는 나쁜 녀석이 아니라 단지 실수를 했을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실수했다고 그를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수를 근거로 나쁘다고 가치 판단을 내리는 일은 난처한 상황에 빠진 사람에게 채찍질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보다는 실수해서 겁에 질린 아이를 '서투른 존재'로 보고 위로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아이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고, 사고가 났을 때는 잘 수습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다.
- 나를 돌보는게 서툰 어른을 위한 애착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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