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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심리학 공부

나를 돌보는 게 서툰 어른을 위한 애착수업 (2)

by 기린씨 2022. 11. 7.
애착수업
일본 최고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애착 연구의 일인자가 20년 넘게 수천 명을 치료하며 확인한 나를 지키고 일상을 보살피는 법 애착 [attachment, 愛着] 주변 사람들과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느끼는 정서. 인생 초기에 주 양육자와 얼마나 강력하고 친밀한 감정적 유대를 맺느냐에 따라 안정될 수도,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성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토대를 이루기 때문에 ‘제2의 유전자’라고도 불리며 개인의 심리와 행동 전반을 지배하기 때문에 인생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저자
오카다 다카시
출판
푸른숲
출판일
2017.11.30


애착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게 된 지는 기껏해야 반세기밖에 되지 않았다. 이전까지 어머니와 아이는 젖을 먹이고 보살핌을 받는 실리적인 이유로 맺어진 관계이며, 어머니가 더 이상 젖을 먹이지 않아도 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어머니에게 벗어난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또 어머니가 아이를 지나치게 아끼면 아이가 나약해지고 자립심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겼다. 또한 과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권이 강했기 때문에 어머니보다 아버지와 자녀와 관계를 더 중시했다.

이런 인식은 오랜 세월 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지만, 당시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영국의 정신과 의사인 존 볼비(John Bowlby)다.
볼비는 의사가 된 직후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근무했는데, 절도를 한 아이들의 사례를 수집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시설에 있던 거의 모든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볼비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조사하면서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충분한 영양과 보살핌을 받아도 아이들의 성장이 멈추는 등 신체, 정서, 행동한다 면에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기존 이론으로는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다. 처음에 볼비는 '모성 박탈'이라는 용어로 이런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 후 볼비는 모자 관계가 깨질 때 발생하는 치명적인 충격이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모자 관계를 생물학적 현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린아이가 특정 양육자와 맺는 관계가 정서 발달이나 안정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신했다. 볼비는 이를 '애착'이라고 불렀다.
볼비는 동물을 관찰한 후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에서 자식을 지키려면 어미가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하며 이런 상황에서 신체 접촉을 원하는 심리가 애착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했다. 볼비는 자신을 지켜줄 뿐 아니라 불안할 때 매달릴 수 있는 대상이 정서적 안도감의 기반이 되어줄 때, 아이가 활발한 '탐색'을 할 수 있다는 사고를 발전시켰다. 즉 아이는 안도할 기반이 있어야 지적, 사회적, 정서적 경험을 쌓을 수 있으며 신체적으로도 건강하게 성장해 안정된 인격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볼비의 협력자이자 애착 이론을 크게 발전시킨 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는 양육자와 아이의 안정된 애착이 빚어내는 안도감의 기반을 '안전 기지'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메리 에인스워스는 우간다에서 26개 가정을 9개월 간 관찰한 결과, 어머니가 안전 기지 역할을 다하면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 안정된 애착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는 위협을 느낄 때만 어머니 품 안에서 안정을 찾고, 위험이 사라지면 어머니에게서 벗어났다. 어머니라는 안전 기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이는 '놀이'라는 탐색을 마음 넣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에인스워스의 연구 결과, 가장 중요한 요인은 어머니의 감수성이었다. 어머니가 아이의 변화나 징후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반응하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아이의 애착이 안정돼 있었다. 반면 어머니가 아이의 반응에 관심이 없거나 아이가 울어도 따뜻하게 알아주지 않는 가정에서는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 애착이 약하거나 심지어 전혀 없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10년 후 에인스워스는 미국 볼티모어에서 또 다른 조사를 시작한다. 볼티모어에서는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안전 기지 역할을 충분히 해주지 않아도, 안정되어 있거나 놀이에 집중하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에인스워스의 '낯선 상황검사법'
- 한 살쯤 아이와 어머니가 낯선 방에 들어가고, 잠시 후 낯선 사람이 방에 등장.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어머니가 사라졌을 때 아이 반응을 관찰.

1) 안정 애착: 어머니가 사라지면 잠시 불안해하고 어머니가 돌아오면 다시 마음 놓고 놀이에 집중
2) 회피형 애착: 어머니가 사라져도 아무 관심 없이 놀이만 계속. 어머니가 돌아와도 특별히 좋아하지 않고 계속 놀이에 집중. 평소에도 어머니에게 응석을 부리지 않고 어머니와 관계가 특별히 친밀하지도 않음. 심박수를 측정해보니 어머니와 분리 될 때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었음.
3) 양가형 애착: 어머니가 사라지면 지나치게 불안. 어머니가 돌아와도 놀이에 집중하지 못하고 어머니가 사라졌었다는 사실에 화를 내면서 어머니를 밀치거나 때림. 어머니가 또 나를 두고 가지 않을까 불안을 계속 드러내기도 함. 지나칠 정도로 어머니에게 집착하는 한편, 어머니가 안아주려 하면 거부하거나 오히려 공격하는 양가 반응을 보임. (우간다에서 극소수였던 회피형 애착이 볼티모어에서는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4) 무질서-혼란형 애착(에인스워스 제자 메리제인이 발견): 어머니를 다시 만났을 때 얼어붙듯 굳어지거나 당혹스러워하거나 고개를 돌린 채 다가가는 기이한 반응이 순간적으로 나타남. 일정하지 않고 다양한 반응이 동시에 나타남. 학대당하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유형. 아이는 부모에게 의지하고 매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모에게 애착을 느끼면서도 때로는 공포를 느끼는 가혹한 상황을 받아들이다 보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 신체적 학대를 당하는 아이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강요하거나 아이의 뜻을 꺾으려 하는 심리적 학대를 가하면 아이가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음.


안정형 애착 어머니, 감수성(응답성)이 높음. 아이 바람이나 욕구 파악 빠름, 즉각적으로 대처. 아이가 원하는 수준 이상으로 받아주지 않음. 모유 수유를 비롯한 아이와의 스킨십을 즐기는 경향.

회피형 애착 어머니, 대체로 무심, 아이가 다가오는 것 귀찮음. 아이가 울거나 슬픈 표정을 지어도 안아주거나 다정하지 않음. 아이와 신체접촉을 할 때도 기쁨보다는 불편함. 아이가 아무리 어머니를 원해도 어머니가 다정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어머니가 더 이상 자신을 원하지 않는 다고 생각. 어머니에게 거부 당했다고 여겨 분노하기도. 이런 아이들이 크면 평소에 차분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는 일이 많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무심한 부모와 반대로 지나친 보호와 간섭을 하는 부모에게 통제 당하면서 자라는 아이들도 회피형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짐. 아이가 자기 의지를 가질 수 없고 서커스단 원숭이처럼 수동적이 됨. 아이는 부모를 안전 기지라기보다는 자신을 지배하고 학대하는 존재로 여김. 부모에게 지배당하면서 자란 사람은 타인을 자신의 자유를 방해하는 번거로운 존재로 생각하게 됨. 주변 사람과 물리적,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식으로 자신의 안전과 자유를 확보하려는 행동을 하게 됨.
선천적 회피형 아이는 일찍 독립,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음. 후천적 회피형 아이는 친밀한 관계를 즐기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핌. '두려움-회피형'이 되기 쉬움.

양가형 애착 어머니, 어떤 날은 아이 요구에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 어느 때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이중적 태도. 아이 욕구와 어긋난 반응을 보이거나 엉뚱한 행동으로 오히려 아이를 불안하게 만듬.
둘째를 갖거나 부부사이에 문제가 생겨 보살핌의 정도가 갑자기 달라지는 경우. 이런 변화는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거나 어머니가 반응할 때까지 끈질기게 요구하는 성향을 심어줄 수 있음.

이 외에도 부모가 양육에 큰 부담을 느끼고 아이 때문에 자신의 삶이 침해당한다고 생각하거나 마음의 상처 때문에 아이에게 얽매이는 경우에도 아이는 확고한 안정감을 느낄 수 없어서 언젠가 부모라는 버팀목이 사라지지 않을까 두려워 함.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경우 무질서형에 빠질 위험이 크다.


안정형 아이, 성인이 되어서도 정서가 안정,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도 가장 무난하게 적응.

회피형 아이, 다정하지 않고 표정이 굳어 있음. 냉정, 부정적 평가 받기 쉬움. 학교 폭력, 반항, 비행 같은 문제. 가해자 되는 경우 많음. 심신증이나 해리성 장애 걸리기 쉬움. 신체 감각이나 감정에 둔하고 힘들거나 괴로운 심정을 표현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데 서툴기 때문에 질병에 걸리기 쉬움. 자기애성 성격 장애, 강박 등 취약. 사회성 부족, 혼자 해결하려는 태도. 인생을 힘들게 만들 수 있음.

양가형 아이, 사람들의 표정에 민감. 지나친 애정과 인정 바람. 불안쟁애, 의존증, 히스테리 성격장애 취약.

무질서-혼란형 아이, ADHD, 정서,행동 장애, 경계선 인격장애에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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