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생일이었고 생일 직전 주말에 부모님과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하러 가기 전에 빵집에 들러 먹고 싶은 케이크를 사갔는데, 엄마가 “웬 당일도 아닌데 케이크?”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엥? 모였을 때 먹으면 좋지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일 당일이 되자 남편이 “냉장고에 남은 케익이 있어서 새로 살 수가 없네. 올해는 사진을 못 찍겠어.”라고 했다. 이 때쯤 되니까 ’내가 뭔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구나.‘라는 알아차림이 들었다.
작년, 재작년… 지난 생일들을 돌아보니 생일 전 주말에 가족 식사를 하고, 생일 당일엔 남편이 퇴근 길에 케익을 사왔다. 매년 케익을 놓고 구야와 남편, 나 이렇게 셋이 가족사진을 찍었다. 결혼 이후로 일년에 두번 우리 각각의 생일마다 가족 사진을 찍는 루틴이 있었다. 오년을 꼬박 그렇게 보내고, 처음으로 구야가 없는 둘만의 생일이었다.
구야의 빈 자리가 너무 커서 알아차리기 전에 무의식 수준에서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 같다. 자연스럽게 부모님 댁에서 케익을 처리하고 생일 날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조용히 넘어갈 수 있도록. 알아차리고 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고양이 별에 있는 우리 구야는 잘 지낼까. 보고싶다. 네 빈 자리를 메우려고 언니 무의식이 열심히 애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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