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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일상

무의식과 의식 그 사이

by 기린씨 2023. 11. 3.

얼마전에 생일이었고 생일 직전 주말에 부모님과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하러 가기 전에 빵집에 들러 먹고 싶은 케이크를 사갔는데, 엄마가 “웬 당일도 아닌데 케이크?”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엥? 모였을 때 먹으면 좋지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일 당일이 되자 남편이 “냉장고에 남은 케익이 있어서 새로 살 수가 없네. 올해는 사진을 못 찍겠어.”라고 했다. 이 때쯤 되니까 ’내가 뭔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구나.‘라는 알아차림이 들었다.

작년, 재작년… 지난 생일들을 돌아보니 생일 전 주말에 가족 식사를 하고, 생일 당일엔 남편이 퇴근 길에 케익을 사왔다. 매년 케익을 놓고 구야와 남편, 나 이렇게 셋이 가족사진을 찍었다. 결혼 이후로 일년에 두번 우리 각각의 생일마다 가족 사진을 찍는 루틴이 있었다. 오년을 꼬박 그렇게 보내고, 처음으로 구야가 없는 둘만의 생일이었다.
구야의 빈 자리가 너무 커서 알아차리기 전에 무의식 수준에서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 같다. 자연스럽게 부모님 댁에서 케익을 처리하고 생일 날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조용히 넘어갈 수 있도록. 알아차리고 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고양이 별에 있는 우리 구야는 잘 지낼까. 보고싶다. 네 빈 자리를 메우려고 언니 무의식이 열심히 애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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