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문득 결혼해서 참 좋다고 느끼는 작거나 큰 순간이 있는데, 최근에 큰 사건은 구야(고양이) 사별 후였다.
나랑 남편 구야 이렇게 셋이 한 가족이었기 때문에 구야가 떠난 자리에 대한 아픔과 슬픔, 그리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함께 나눴다.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같은 의견을 주고 받았다. 남편이나 내가 없이 구야랑 둘이 살다 혼자가 되면 더욱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듯. 한달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보고싶다. 내 사랑 구야.

사소하지만 결혼해서 참 좋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서로의 도움을 받아 주관적 세계(현상)이 조금씩 넓어진다는 점이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인간으로서 성숙(?)해져서 다양성을 갖춘 사람을 향해가고 있다.
나와 남편은 정 반대에 가까운 사람으로 나는 보폭이 큰 사람, 극 외향형이고 남편은 보존하고 점검하는 사람, 극 내향형이다. 나는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배우고, 탐구하는 것을 즐기는데 꼼꼼치 못해서 실수가 굉장히 많다. 흥미에 따라 움직이니 실리적인 계산도 서툰 편이다. 최근에 하루 세번씩 호르몬 약을 복용해야 했는데, 정확한 복용 시간이 중요했다. 알람을 세개 맞추면서 ‘타이밍이 안 맞아서 저녁 먹던 중에 알람이 울면 끄고 밥을 마저 먹다가 약 복용을 잊게 된다.’라고 했더니 남편이 ‘그럼 알람을 두개 맞춰라.’라고 했다. 머리를 띵 맞은 기분. 아주 사소한 건데 왜 생각을 못 했지? 하며 당황스러웠다.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내가 나를 돌보는 방법을 남편을 통해 배우고 있다.
반대로 남편은 7년동안 다니던 회사를 나와 2번의 이직을 했다. 내가 느끼기에 남편은 꽤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라 한 군데 머무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어르고 달래서 이직을 도전하게 만들었다. 남편이 몇년 만에 첫번째 회사 사람들을 만나고 오더니 '다닐 땐 몰랐는데 이직하길 잘했다. 덕분에 가능했다'고 이야기 해줘서 뿌듯했다. 제자리에서 한결같이 사는 사람과 새로운 것을 찾아 사부작 대는 사람이 만나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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