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일상

MBTI-P 부부의 유럽 신혼여행

기린씨 2023. 1. 31. 17:13

 

유럽 신혼여행 반대한다는 글을 읽고 남기는 나의 유럽 신혼여행 소감.

 

2주간 런던-파리-스페인 남부를 다녀왔는데 내가 한 번 욱한 것 빼고는 싸우진 않았다. 

 

왜 남들처럼 개싸움이 안 났을까 생각해봤는데, 

1. 호랭이(남편)가 어지간 해서는 절대 화를 안냄. 인간 보살.

(참조: https://lalagirin.tistory.com/42)

2. 내가 인간 네비게이션. 한 번 간 길은 눈감고도 가는 수준. 특히 런던이랑 파리를 이미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안방처럼 편하게 걸어다님. 

3. 둘다 MBTI 극P 성향. 즉, 아무 계획없이 슬렁 슬렁 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유럽 신혼여행에도 특별한 목표가 없었음. '오늘 저기 갈까?' 'ㅇㅇ'하면 가는 거고, '아 쫌 피곤한데' 그럼 그냥 어디 공원이나 슬슬 산책하고 주변에 보이는 식당 들어가고 그랬음. 뭐 쇼핑이나 유적지 목표 없이 미술관 들어가서 하루종일 있기도 하고, 비오는 날엔 일찍 들어가서 낮잠 자다가 저녁에 나와서 미술관 야간 개장 다녀오고, 시골 산책하다가 기차 놓쳐서 역 앞 카페에서 몇시간씩 죽치면서 노가리 까고 그랬던 추억. 다음 일정이 없으니 급한 것도 없고 욕심도 없어서 평화로웠던 것 같다. 

아, 신혼 여행이다보니까 친정&시댁 어른들 선물 사야하는데 그건 마지막 이틀에 몰아서 살 수 있는 것만 사고 안되면 면세점 ㄱㄱ 마인드였음.

 

그래서 결론은 유럽 신혼여행 비추. 저 3개를 다 갖추지 않으면 싸움이 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낯선 도시에서 목적(가보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이 있는데 길까지 헤매면 싸움밖에 안남을 듯. 

지인의 경우에는 남편이 완전 J 성향이라 일정표 싹 짜왔는데 와이프가 P 성향이라 길가다 예쁜 가게 보이면 들어가고 이거 먹어보자 그러고 저 골목 가보자 그러면서 돌발 행동해서 크게 싸움. 혹은 결혼 준비가 너무 힘들어서 쉼이 필요한 부부도 유럽 도착하면 삼일 안에 큰 싸움 남.  피곤한데 뭔가 해야되면 서로 짜증밖에 나갈 게 없다. 

 

덧붙이자면 왜 하필 유럽이었냐, 하면 이십대 초반에 혼자 갔던 오베르 쉬르 와즈에 남편과 꼭 다시 가고 싶었음. 

근데 11월이라 넘 추워서 최대한 남부를 같이 넣다보니 스페인 남부 여행이 추가 됐었던 거.  

 

크게 바라는 게 없고 '그냥 같이 유럽에 가자+결혼식 탈 없이 끝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로 충분히 만족해서 평화로웠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