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상징
꿈은 세가지로 분류 할 수 있다.
1. 내가 나에게 알려주는 메세지
2. 위로
3. 개꿈
대부분은 3번이지만 가끔 메세지 꿈을 꾸고 더 드물게 위로의 꿈을 꿀 때도 있다. 위로의 꿈을 꾸고나면 내가 요즘 힘들구나를 느끼며 먹먹해지는 느낌. 올해 딱 한 번 꿨다.
포스팅을 하게 된 계기는 며칠전 메세지 꿈을 꿨는데 타이밍 좋게 그날 분석 선생님과 함께 분석해 볼 기회가 생겨서 남겨 놓고 싶었다. 내 꿈은 다른 사람들 꿈 보다 나이브하다. 직설적이고 뚜렷해서 해석이 쉬운 편이다. 인셉션에서처럼 꿈은 몇단계로 되어 있고 상징을 사용해서 이야기를 꾸며낸다. 속뜻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몇겹 포장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전달을 하는데 내 꿈들은 포장이 참 얇다. 일단 지르고 보는 내 성격의 반영인 듯. 꿈이 포장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유는 꿈꾸는 사람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 할 때 있는 그대로 직설적으로 전달하기엔 꿈꾸는 사람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고통스러울 수 있다.
9개월쯤 대기했다가 난임병원을 가게 된 바로 전날 꾼 꿈이다.
꿈에서 남편이 A를 살인했다. A는 모르는 아저씨이자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살인자이다. 남편이 A를 살인하지 않았다면 A는 죄책감 없이 살아갔을 것이다. 남편은 정의로운 일을 했지만 정당하지 않을 일을 했다.
나는 고민 끝에 남편을 신고했다. 꿈에서 우리는 손님 초대를 하고 그에 맞는 테이블을 배치 중이었다. 테이블 방향을 고민하는 남편을 신고하고 조용히 방에 들어왔다. 나는 윤리적인 행동을 했지만 나를 위해서도 옳은 일을 한걸까? 라는 생각에 고민이 들었다. 가정적이고 의지가 되는 남편이 수감 된다면 나는 어떻게 지내기 될까? 막막해졌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니까 가끔 면회도 가고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살인은 30년 이상 구형 될 거란 예상이 들어서 너무 긴 시간이라 기다리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오는 날에 차가운 담벼락 밖에서 면회를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게다가 손님들 앞에서 체포되는 모습을 보일 것 같은 남편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사람들 없을 때 신고할 걸.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나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집 밖으로 나왔고 길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체포 대기하는 형사들 같아 보여서 의심 됐다. 복잡하고 갈등되는 불편한 마음 그럼에도 선택을 무를 생각은 없음. 인파를 피해 골목에 들어가 담벼락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다가 꿈에서 깼다.
여기서부터는 꿈 해석.
남편을 신고하는 것은 난임병원 담당 선생님을 바꾸는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기존 담담 선생님도 좋은 분이셨지만 내 상황 때문에 더 실력이 좋다는 선생님으로 변경하게 됐다. 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지만 배신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찜찜한 마음. 그동안 좋은 관계였는데 갑작스럽게 상의도 없이 변경하게 됐다. 나는 참 정리를 힘들어 하는 사람이다. 싸우고 끊는 건 쉬운데 좋은 사이게 관계를 정리하는 건 왜 이렇게 힘들까.
감방에 간 남편을 30년 가까이 기다리고 면회를 가는 것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상징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몇년이 될지 모르는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이 상징적으로 표현 되었다. 다행인 것은 담벼락이 있었다. 내가 자식을 꼭 끌어안지 않고 거리를 두고 기다리며 키우겠다는 마음이 반영 된 것 같아서 좀 안심이었다. 의식하면서 조심하지 않으면 자식을 내 미니니미로 알거나 오냐오냐 스포일드 차일드를 만들게 뻔하기 때문에(…)
그 밖에 갑작스러운 신고는 삼십대 중후반이 되면서 고민이슈가 충동, 돌발적 행동이라 임신 결심도 혹시 너무 충동적인 것은 아닌가 계속 생각해왔던 것이 반영 된 것 같다.
꿈 전체에서 핵심 감정은 ‘갈등’. 잘 한 것인가 후회할 것인가 저질러 놓고 고민하는 나의 마음이 반영되어 꿈에서 새로운 시나리오로 풀어졌다.
같이 분석하면서 선생님이 웃으셨다. 참 꿈이 나이브하다고. 나도 웃었다. 늘 그렇다고. 직언에 가까운 나의 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