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씨 2022. 3. 20. 15:46

할일에는

1. 꼭 해야 할 일
2. 하고 싶은 일
3. 언젠가 하고 싶은 일

이렇게 세가지로 구분하면 3번은 거의 못 한다. 2번으로 갈 정도로 절실하지 않으면서 묘하게 계속 하고 싶었던 창고 정리나 여행기 정리, 사진 인화 등. 고등학교 때도 디카로 찍은 사진들을 싸이월드에 업로드 하지 않는다고 원망을 꽤나 들었다.
시간이 없어서 못하거나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일정들이 치고 들어오거나 속절없이 미룬다.
다행인 것은 바지런하지 않은 인간임에도 1번은 지각한 적이 없고, 그러다보면 2, 3번은 쭉쭉 밀린다.
살아있는 인간 즉흥, 즉 MBTI의 파워P로서 1-2-3을 적절히 배율해서 스케줄을 짜고 해치워 나가고 싶다. 1번처럼 마감이 정해졌거나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은 것들을 해내는 것은 서른 몇살인데도 참 어렵다.
이 전에는 내가 ‘게을러서 그렇다.’라고 퉁쳤는데 너무 표면적인 이유인 것 같다. 물론 바지런하지 않음도 이유겠지만 100중에 어느정도만 차지하고 나머진 다른 이유들로 채워져 있을 것 같다. ‘재미있는 것/재미없는 것’도 꽤 큰 지분이 있을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는 것은 재미있다. 그 사진을 틈틈히 꺼내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컴퓨터로 옮기고, 보정하고, 업로드하는 것은 재미 없다(…) 생각을 정리하거나 기록을 남기는 것도 상대적으로 흥미가 떨어질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재밌다 그림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재미없다로 분류 됐던 것 같다.
재미없는 것도 마무리를 짓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노력하다보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고 막연한 낙관을 가져본다.

* 그래서 요즘은 앉은 자리를 떠날 때 처음과 같은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어지르는 건 쉽고 치우는 건 어려우니.